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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3 "once" (8)

"once"

Movie 2007/10/23 00:21




날은 풀렸고 마음도 편안해진다. 여유롭게 일요일 오후를 보내려고 친구가 추천했던 영화를 다운받기 시작했을때가 오후 세시였다. 이름하여 once.




한 20분쯤 보다가 대뜸 영화를 꺼버리고선,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돼..하면서 압구정 CGV에 저녁영화를 얘매하고선 감기가 잔뜩 걸린 친구를 꼬드겨서 길을 나섰다.


(스포일러 포함!)



#이 영화는

이 영화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먼저 이야기 해보면,

아일랜드 저예산 영화. 아마 예산이 십오만 달러라지.
단 17일 만에 촬영된 영화.
실제 37살인 남자주인공과 19살의 여자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영화.
정말 자연스러운 영화. 의도해서 그랬다기 보단 (저예산을 의도하지 않았다면;;) 돈을 많이 쓰지 않은 티가 나는것이 훨씬 좋았던 영화.
가끔 실내에서 조명이 없어서 등장인물이 잘 안보이는 영화. 그래서 어두운 곳에서 iso 만빵인 영화.
좋은 노래로 뒤덮혀 있는 영화. 그래서 줄거리가 짧은 영화.
현실적인 어른들의 현실적인 상황에서의 순수한 성장영화.
여자 주인공이 너무 이쁜 영화

정도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보고나서 딱 한마디로 기분을 요약해 보자면, "와... 이건 너무 좋잖아!"



#신선함.

보통의 대중문화의 많은 부분은 허구를 '중심으로'(완전 허구가 아니라) 다루고, 또 받아들이는 대중은 또 그 허구를 중심으로 소비한다. 동방신기의 예쁘장한 얼굴과 완벽한 춤사위부터, 로맨틱 영화의 떡진 로맨스를 지나, 대중가요의 극대화된 가사내용 더하기 어느 소설속의 멋진 캐릭터까지. 지극한 현실에서 출발한 이런 허구의 소비물들은 그 지향점을 예쁘장하게 포장한채 다시 지극한 현실속으로 영향을 주는 도돌이표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는 이 영화의 강점을 찾는다. 돈이 없어서 조명도 없이 실내에서 노이즈가 지글지글하게 찍은, OST로 정제된 녹음을 덧입히지 않고 실제 촬영중의 노래를 그대로 담은, 촌스런 주인공의 옷차림이 영화내내 변하지 않는 점이 바로 이 영화의 강점인 것이다. 그것의 단적인 예가 여주인공이 진공청소기를 질질끌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에서 느낄 수 있는 예쁘게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은 예쁘장함이다.
일부로 저예산으로 책정했을거라는 느낌이 들만큼 영화는 그 돈없음..의 장점을 살리고 있다. 카메라 구도는 참하고, 주인공들의 표정은 신선하다 못해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것 같이 가까우며, 그 중간중간의 음악은 너무 감성적이다.



#음악

그렇다 음악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대사가 별로 많지 않고 스토리라인이 길지 않고 그저 단순하다.(문장 하나로도 요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단조롭게 느끼지 않았던 이유는, 남자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여자주인공이 부르는 노래장면속의 그 표정, 노래, 상황이 어느 대사보다도 풍성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그 속에는 주인공들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부분부분들이 나열되고 그것을 곰곰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두런두런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아 그리고 노래가 너무 좋다. 아일랜드산 노래라고는 클로저의 So it is~로 시작하는 주제곡을 부른 Damien Rice가 전부인데, 그 노래를 들었을때도 그 노래가 가지는 묘한 감성에 자극을 받은 적이 있었다. 분명 한구석이 쓸쓸하고 목소리가 빈한 것이 언듯, 물론 지역적으로도 가깝지만, 브릿팝을 많이 닮아 있는데 또 영국의 그것과는 다른 보다 마이너한 영역의 감성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영화 초반부의 밤에 울부짖으면서 부르는 "Say it to me now"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하긴, 피아노 앞에서 두런두런 같이 불렀던 "Falling slowly"도 좋고,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스튜디오 녹음 곡도 좋고, 여주인공이 작사한 노래(건전지를 사고 나오면서 불렀던.)도 좋고... 사실 빼놓을 노래가 없다. 



#처자에 반하다.

남녀 주인공이 모두 비전문 배우로, 남자주인공의 우루룩-하고 중얼대는 발음은 사실 듣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매우 주관적인 나는 이마저 자연스러움의 범주로 넣어버렸다. 으허허. 그리고 여주인공이 참 예뻤다. 체코 사람으로 올해초 동유럽을 여행다닐때 보았던 그쪽 지방 특유의 깊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동유럽 사람들의 '눈'은 참 낯설지만 ('동'유럽이라거 그런지) 친근한 느낌이 감돈다. 꼬들꼬들한 발음과 자연스런 웃음이 처한 힘든 현실과 달리 생기발랄하게 느껴졌던, '행키팽키'에 interesting 하지만 worthless though라고 말하는 처자. 바닷가에서 "밀로유떼베(I love you)"를 말하고 바로 돌아서는 처자. 이 어린 현명함에 반했다 @.@



#"once"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한번' 몰게 해달라면서 명확히 들리는 단한번 'once'라는 대사가 나온다. 원래 남녀 주인공이 단 한번의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있어서 제목을 그렇게 붙였는데 감독이 나중에 빼버렸단다. 나는 그곳에서 once라는 대사가 나와서 나중에 한번이라도 오토바이를 몰게 해주면서 끝날까? 했었는데 그런 비슷한 것도 없었다. 사실 그 예상이 빗나가서, 그 둘이 그렇게 각자의 길을 가게 되어서 좋았다..라고 까지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once라는 단어는 참 아쉬운 단어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엔딩

영화의 마지막에 녹음된 음악으로 남자주인공이 어떻게 되었을까에 대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마치 대부분의 사랑노래가 전체의 '사랑'의 단계에서 처음인 사랑에 빠지는 고운부분만을 이야기 하거나 혹은 마지막 이후인 이별에 대한 슬픈부분만을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지루함에 영화가 훌쩍 벗어나버린다. 더도아니고 덜도 아닌 나이든 남자와 산전수전 다 겪은 어린 여자의 현실속에서의 우정같은 사랑은 그래서 오히려 더 긴호흡을 가져가게 된다. 마치 마지막 장면에서 창밖을 응시하는 여자가 남기는 여운처럼 말이다.




그들의 단촐해보이는 인연만큼이나 여운이 한참 남아서, 일요일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었다.
브릿팝계열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헐리웃의 로맨틱 코메디가 지루해졌거나, 보다 낯선 따뜻함을 담은 영화가 보고 싶을때, 극장에서 내리기 전에 보러가라고 추천해 주고 싶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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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31 11: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7/10/31 16: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다행히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어서 천천히 보셔도 될것 같습니다. 전 휴일에 한번 더봤습니다. 첨에 좋았던 부분 + 새록새록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또 생겨요!

  2. 2007/10/31 18: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2007/11/01 0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7/11/03 0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그랬군요!! and the healing has begun이 글랜한사드 노래가 아니네요. 아는 노래여서 반가우셨겠어요. 넵 한번 들어보러 가야겠어요~

  4. 잿빛하늘 2008/04/24 05: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 여행가려고 정보 찾던 중에 들렀다가, 이 글이 참 맘에 들어서 댓글 남깁니다. 저도 '원스'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 영화와 아일랜드 전통음악 때문에 지금 여기 아일랜드에 온 거기도 하구요. 아일랜드에서 글랜 한사드는 정말 유명하더군요! 런던에서 공연하길래 예매했습니다! 아- 기쁩니다.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8/04/25 1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와~ 여행가신건가요??
      아일랜드에 계시면서 런던으로 글랜한사드를 보러간다는게
      부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