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를 뚫고 브라티슬라바에 도착했다. 사촌형 내외 이외의 다른 가족분들은 이곳에서 식품점을 운영하고 계셨고, (우연히 안 사실이지만 먼저 묵었던 크라쿠프의 한국인 민박도 이곳 식품점에서 한국 식품을 조달받는 다고 했다.) 사촌형의 설명을 따라 비교적 쉽게 이곳을 찾아올 수 있었다. 형수님이 잠깐 들러서 라면을 끓여주셨다. 으하하하 맛나!맛나!

요녀석은 둘째 사촌 조카 보군이. 지난번에 한국에 왔을때는 보질 못했는데, 첨 보는 요녀석의 귀여움은 장난아니었다!



이 녀석과 노닥노닥 거리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이 녀석 완전 에너자이저다. ;) 이녀석의 사진을 찍어서 형수님께 드렸다.



이른 시간에 일단 사촌형 집에 와서 짐을 풀었고, 마음을 푹 놓은 탓인지 이날은 형수님이 차려주신 푸짐한 저녁상을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첫째 조카인 관보와 집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난 이 녀석의 애기일적 기억만 나는데 훌쩍 커버렸다. 몇년전 초등학교 3학년때 한국인이라고는 슬로바키아 전체에 8가족만 있을때 이곳에 와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훌쩍 커버린 조카녀석과 저녁을 보냈다. 아마 사촌형도 나를 이렇게 느끼며 보아오지 않았을까. ^.^

아~ 오랜만에 먹어보는 새콤달콤함~ 형수님 요리솜씨 쵝오! budget traveller가 너무 호사스럽게 대접을 받았다. 냐항.




다음날 여전히 비가왔다. 집 뒷편의 마당. 서울시내에 딱 저만큼만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다.




형수님을 따라 브라티슬라바 한인교회인 은혜교회라는 곳에서 바자회 하는 곳에 나갔다. 바자회때 사촌형네 지인들을 많이 만날 줄 알았다면 면도도 좀 하고 깔끔하게 나갈걸 그랬다. 사람들이 초췌한 여행객에 허걱 놀랬을것 같다. 재외 한인사회를 아주 조금 느껴볼 수 있었다.

그래도 여행은 계속되어야 한다! 카메라와 혹시 돌아올때 필요한 이곳 주소를 들고 토요일 오후의 브라티슬라바 시내거리를 나섰다. 아니 토요일인데!!!! 거의 모든 상점이 닫았다. 아차차 우산을 안가져 왔다. 비가 조금 거세졌다. 맥도날드와 몇몇 레스토랑 빼고 가판대 조차도 연곳이 없는 이 암울한 곳에서 어디서 우산을 사야하는지 한참 헤메고 다녔다. 결국 멀리 보였던 테스코에 가서 구입하였다.

아무리 비가 온다지만 토요일 오후의 강남역을 생각해 보면 참.. 다르다;; 참고로 이곳이 쇼핑이 밀집된 지역이었다.




대도시를 제외한 보통의 유럽의 도시는 "구도심" 관광 시스템이다. 옛스러운 곳을 보존시켜놓고 그곳을 관광 거점으로 주변에 수많은 소비를 위한 가게를 밀집시킨다. 보통은 그 구도심이 그리 넓지가 않고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이 특색이다. 그리고 성당 내지는 성이 그 구도심의 정점을 이룬다 ^.^; (우리나라도 관광을 위한 아름다운 거리를 만든다고 하던데, 이쁘게 좀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곳 브라티 슬라바의 구도심의 특색은, 바로 길거리 조형물이다. 길가에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섞이는 저런 형태의 작품이 훨씬 더 이 거리를 보다 생기있게 만드는 것 같았다. 물론 토요일 오후 길거리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하수구에 빠지는 유명한 녀석도 있다고 했는데 아쉽게 발견하지 못하였다.




은행에 붙어있는, 오! 남다른 금지품. 총의 압박;;




은행과 커피의 조합?? 하지만 궁금증을 풀어줄 open 표시는 어디도 없다;;




St. Martin's Cathedral의 길 안쪽의 무너질듯 한 건물의 유리창에 고흐의 흔적들로 치장을 해놓았다. 비가와서 우산을 받쳐들고 사진을 찍는게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지만, 이곳 사진을 제대로 찍어볼 껄 그랬다.
아직은 매마른 나뭇가지에 쌀쌀한 비는 내리고, 앞에 한무리떼의 외국인 관광객이 지나갔다.




자 골목을 돌아, 멀리 보이는 브라티슬라바 성으로 가자. 저곳은 아마 합스부르크 왕가의 별장(?)격인 곳이었다지?? 주변국들을 보면 슬로바키아의 역사도 그리 순탄했을 것 같지만은 않다. 그냥 비가 오는날 사람도 적은 이 작은 도심의 색이 짙어져서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성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어느 한 까페에 들렀다. 으하하하 기괴하다. 홀 한가운데는 마치 윗층에서 빠지다 만 듯한 사람의 형상이 있고 여러 눈길을 끌만한 녀석들이 벽에 가득히 매달려 있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맥주한 잔을 주문했다.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정리하고, 결국은 보내지 못한 편지도 쓰고, 일기도 적었다. 그로테스크하게 생긴 주인장 둘이 내 카메라와 작은 고진샤 노트북을 신기한듯 와서 구경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이 모르겠지만, 원래 토요일에는 상점들도 문을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댄다;; (테스코만 붐볐다.)

낯익은 음악의 굉장히 올드한 버전이 나오길래 슬로바키아 노래냐고 물어봤더니 40년전에 녹음한 슬로바키아 노래랜다. 계속 틀어대는 노래가 아주 오래된 노래들이라고 했다. 주인장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나오는 길에 안쪽의 바 테이블로 가서 데킬라 두잔을 마셨다. 내가 낯선곳에서 혼자서 여행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내가 '사람'에게 더 관심이 있었다면 이곳에 눌러앉아서 그로테스크한 주인장들과 기이한 이야기를 한참 더 나누었을 법하다.

나,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까. 참 궁금하다.
항상 정리를 하러 여행을 떠나지만, 늘 정리가 안된채로 돌아오지만,
또 언제 정리가 필요했었던 듯 살아간다.




브라티슬라바 성에 올랐다. 으하하하 그 넓은 성에 단 세명만 보인다.




앞쪽의 구도심의 건물과 멀찍히 자리잡은 현대식 건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브라티슬라바는 작고 낡았지만, 화려하지 않은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구도심을 비롯 근저 지리를 외울만큼 걸어다녔다. 그 허름한 론리플레닛 지도를 보고도 이젠 잘 걸어다닌다.





대통령 궁을 보기 위해서, 다시 걸어서 출발했던 자리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비는 멈췄고 도시는 고독했다.




짜잔~ 이곳이 대통령궁. 대로변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특별한 경비도 보이지 않는 이곳은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세부장식 한번 화려했다.




이곳 근처에서 간단히 먹을 과일과 장을 본 후, 물어물어 버스를 탔다. 영어가 간혹 통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대부분 적어온 주소를 보여주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곳을 찾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동네 할머니, 버스기사 아저씨 등등 몇몇에게 물어봐서 해질녘에 이상한 병원 앞에서 내릴 수 있었다.



형집에서 내가  잤던 방의 창밖으로 빠꼼히 보이던 인상깊었던 어느 건물의 간판이 보이던 방향을 쫒아서 겨우 집까지 걸어들어올 수 있었다.

조금은 무거웠던 비오는 브라티슬라바의 관광 종료. 사실 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외국으로 찾아온 형님댁에서 조금더 머물기로 하고, 다음날 그곳에 있던 형수님의 친척 한 분과 동행해서 부다페스트에 다녀오기로 했다. 미놀타 7D를 얼마전에 구입했다던 그분과 같이 부다페스트 '출사'를 다녀오기로 한것이다. 흐흐 사촌형님이 '차'를 제공해 주셨음. 오호호 내일은 드라이브다!

형과 오랜만에 둘이 맥주한잔 하면서 가족이야기를 나눴다. 먼 타국에서 가족 이야기는 항상 한켠이 뽀얗게 서려오는 종류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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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아 2007/09/17 16: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아이스크림 금지도 신기한데-
    사람들이 질질 많이 흘리나보아 ㅋ

    + 오빠 조카는 완전 애교쟁이네!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7/09/18 0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개끌고 총들고 쳐들어가자!..

      아- 요즘 격해. 크하하

      + 조카녀석 애교 장난아님. 진짜 저런 애 첨봤어!

  2. 짱아 2007/09/18 11: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죠아! 오빤 담배물고 카메라 둘러메고 찰칵찰칵 거리면서 쳐들어와 ㅋㅋ




포프라드의 호텔을 나와 일단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찾아서 큰길로 걸어나갔다. 기차역이 어딘지 물어보는데, 영어로 물어보면 일단 사람들이 외면.
물어보는 과정이 : "Train Station??" --> "칙칙 폭폭 Station??" --> 제스처로 기차를 그림 --> 결국 그림을 그려서 물어봤다. 으하하.
아침부터 짐들고 한참 걸어서 진땀이 바작바작. 대체 표지판이 없다. 정말 의외의 건물로 보이는 곳에 기차역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승강장에 서있는데, 누군가 담배를 빌리러 온다. 돌아오니 영화에서 조폭으로 나올법한 뽀스의 스타일을 지닌, 한쪽 눈이 하얀;; 사람이 서 있었다. 담배를 빌려주고 나니 계속 주위를 맴돈다. 이 사람 뭐지??

질리나로 떠나는 기차에 올랐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 듯 했다. 기차는 우리나라에서 타던 열린 공간이 아니라 4명씩 앉은 칸막이가 있고 한쪽으로 긴 복도가 있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까 하얀눈의 일행은 세명으로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건장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 칸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칸의 영어를 할 줄 알았던 이 친구와 우연히 말을 트게 되었다. 이친구는 그곳나이로 서른둘의 군인이라고 했다. (군인이라고 했을때 속으로 얏호!를 외쳤다 ㅎㅎ) 시리아에서 일하고 있으며, UN에서 파견된 부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이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깥은 세명은 그대로 옆칸 정도에서 이쪽을 흘끔거렸다. 나는 말이 통하는 이친구를 통해서 역무원을 불렀다. 역무원도 많이 본 녀석인 듯 다른 곳으로 쫒아버렸다. 이 친구 말로는 저런 도둑들이 슬로바키아의 큰 문제라고 했다.
암튼 나를 주시하던 도둑들을 쫒아내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돌입했다. 선한 초록눈을 가진 이친구는 자신의 카메라에 있는 아내와 아이 등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참 귀여웠다. 그리고 일하는 사진을 보여줬는데 다양한 인종이 섞인 그 부대에서의 사진들과, 러시아산 기관총, 폴란드산 권총 등등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복잡한 제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역사이야기를 하면서, 원래 자신의 아버지 이전으로는 헝가리 국적의 사람이었는데, 그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분할되면서 자기는 슬로바키아 국적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표현을 빌리자면 'war is shit!'라고 하더라. 실제로 살고있는 동네도 헝가리와 접경한 지역이었다. 그쪽이 특히 문제가 많은 지역이라고 했다. 사람이 중요하지 국적은 상관없지 않느냐.. 하면서 그런 인종전쟁 또한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 군이 되었나 보다.
취미를 묻길래 사진이랑 섹소폰 불기라고 했더니 자신의 취미는 사냥과 낚시란다. 아무래도 남자다운(?) 취미를 묻는데 엉뚱한 답을 한것 같아서 스포츠 종목을 몇개 거드름 피면서 열거해 주었다. 으하하
뒤적뒤적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독한 슬로바키아산 과실주라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고 했다. 이 독주를 서너잔 나눠 마셨다. 마시는 법도 이야기 해 주었는데, 일단 숨을 들이 마시고 과실주를 단번에 넘긴다음 숨을 내쉬라고 친절히 시범도 보여가면서 설명해주었다. 배가 슬쩍 고팠는데 이친구가 간식거리도 꺼내주어서 참 고마웠다.
이 친구는 착하고 밝은 사람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행자로서 늘 조심하느라 이친구가 건낸 술도 사실 처음에는 미적거렸던 내 모습이 오히려 조금 미안했다. 같이 사진도 찍고, 밝은 표정으로 오늘 만나서 너무 즐거웠다고 먼저 일어서던 그 큰 덩치 친구가 쫌 귀여웠다. 헤어질때는 악수는 한 세번은 했나보다. 선물로 책갈피를 주었다.




드디어 질리나에 도착! 이곳은 그리 크지 않은 도시였고, 사촌형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가족은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 있고,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계셨다.

몇년만에 사촌형을 낯선 질리나에서 만나게 되었다.




형이 일이 끝날때 까지 잠시 동네를 돌아다녔다. 사실 관광 목적으로 온게 아니었지만,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이곳관련 브로셔를 얻고서는 한 세시간정도 걸어다녔다. 기차역에서 큰 광장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고, 그 광장에서는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놀이기구가 한쪽에 있었다. 유럽에 와서는 이런 놀이기구가 따로 있는 놀이 공원은 보질 못했다. 항상 축제가 벌어질때 잠깐, 혹은 광장옆에 한두개. 이런식이다. 남녀노소 모두 즐긴다 ^.^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 생각보다 맛난다. ;)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아서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 골목을 그저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전차버스(??)를 처음 보았다. 버스인데 전차처럼 상단의 전깃줄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광장앞의 큰 교회에 서있던 상. 정보 모름;;




그렇게 시내 중심부를 돌아다니다가 퇴근길의 사촌형과 동행했다.




마침 그날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먹을복이 있나보다. 예전에 중국집에서 요리사를 했다던 전라도 말씨의 구수한 사촌형 부하직원 분이 탕수육을 만들어 주셔서 배불리 먹었다. 으하하 김치찌게에 탕수육에 밥한공기를 배부르게 먹었다. 제일 좌측이 사촌형님.




사촌형은 몇년전 이 슬로바키아에 한국인이 몇명 없을때 이곳에 가족을 이끌고 와서 이쪽 지역 물류 관련해서 지금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고있었다. 지금은 수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진출해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에 늦은 나이란 없다 ^.^

이날 저녁은 사촌형과 부하직원들과 어울렸다. 그리고선 회사 숙소에서 푹 잤음.


다음날 사촌형이 자동차 열쇠를 내민다. 자신은 일이 있어서 늦게 다른 사람 차편으로 갈거라고 하면서 먼저 차를 가지고 브라티슬라바로 가라고 하신다. 으하하하 좋아좋아.
비가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제한속도인 시속 130km로 달렸다. 크루즈 기능이 있어서 편하게 오래 운전을 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국내 차종에는 왜 이 기능이 안들어가나 몰라. 중간에 배가 고파진 나는 작은 휴게소에 들러서 아침을 먹었다. 오~ 마침 닭가슴살 요리를 맛볼수 있었다. 여전히 이름은 모르겠으나, 여행중 맛나게 먹은 음식중 하나다. 이름하야 슬로바키아 닭가슴살 사이 햄과 치즈 요리! ;)




자, 브라티슬라바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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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아 2007/09/17 16: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저 기차그림 겁나 귀엽다!





크라쿠프에서 자코판(Zakopane)은 그리 먼거리는 아니었다. 삼십분 남짓 지나서부터 자코판의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휴양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눈이와서 그런지 한시간 정도 걸린다는 버스가 조금 더걸려서 자코판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눈, 정말 많이 온다! 으하하하하 이렇게 눈 많이 내리는 거 처음 보았다.

짐들고 잠시동안 미친듯이 뛰어다니다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들어갔다. 내가 타트라 산맥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싶다고 했지만 안내하는 사람은 바깥의 내리는 눈을 가리키기만 했다. 그래도 뭐 날씨가 좋아지지 않겠어요?? 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조금 고민했다. 방을 일단 잡고 그래도 타트라 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탈까 하다가 일단 그냥 짐을 바리바리들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지도에서는 여러 케이블카가 있었는데 가장 좋은 곳을 추천받아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갔다.


자, 어디 한번 올라가보자. 날씨야 천천히 좋아지길 한번 기다려 보지 뭐. 윗쪽에 좀 쉬는데가 있겠지. 오홍 산위에서 밥도 먹어야지?? 어라 옆사람이 스키를 들고타네??




눈의 무게에 추욱 쳐진 침엽수림을 하나하나 작아지더니 멀어져만 갔다. 아. 여기 올라갈때 비록 산맥의 전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 최고였다. 펑펑내리는 눈과 아득해진 침엽수림 말이다. 정말 이 케이블카는 끊임없이 올라가는 듯했다. 중간에 내려서 또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탔다.




으하하하. 케이블카에서 나와보니 전방 2미터 앞도 안보였다. 그리고 내가 탄 케이블카는 산위의 어느 마을 내지는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보드나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내가 그렇게 관광용으로 추천해달라고 했건만. 내가 올라간 곳이 좌측의 Kasprowy Wierch였다. 앞이 아무것도 안보여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돌아다닐 수가 없는 곳이었다. 돌아다니다간 눈이 펑펑 오는 천연슬로프에서 케이블카 타던곳으로 슬라이딩할 참이다. 샤샤샥-

암튼 나는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왔다. 흑. 산 정상의 매점에서 아래의 엽서를 한장 구입했다. 엽서를 쓸 요량으로 우표까지 붙였다. 아래가 실제 날씨 맑은 날에 내가 그곳에서 볼수 있었던 view임. 아! 아쉽.




타고 올라온 케이블카. 저거 타고 다시 내려가도 될까? 덜덜덜.




내려오며, 으다다다 연사로 정상의 아쉬움을 달랬다. 옆의 영국에서 온 일행 셋이 첨에 소리에 놀라더니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sorry." 씨익 웃었다. ^_____^;



자, 내려왔다.. 그래도 이렇게 신나는 눈꽃들을 본게 어디야. 아무튼 펑펑 내리는 눈에 질퍽질퍽 거리며 온 몸이 젖어왔지만 신나게 걸어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갈까 하다가 그냥 국경을 넘어서 슬로바키아의 포프라드로 가기로 결정했다. 결국 크라쿠프 민박주인이 적어준 음식들을 못먹어봤다. 흑.

국경을 넘으려면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한 40분 정도 Lysa Polana로 가서 도보로 건넌다음 다시 그곳에서 버스로 포프라드까지 한시간 가량 가야했다. 사람들이 말이 안통해서 물어보는데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버스를 탔고, 버스는 산길을 내달렸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깊은 산중에 슬쩍슬쩍 스치는 작은 마을들이 참 멋져보였다. 순간 내려버릴까??하다가 방을 구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참았다. 내가 탔던 버스가 그날의 마지막 버스였다. ^.^;

자, "리사 뽈라냐~"를 버스운전자에게 외쳐댔던 나는 버스운전자가 내리라고 이야기해준 곳에 내렸더니 언듯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첩첩산중 산길 한가운데 였다. 뭐지? 버스도 마지막이고 이거 내가 잘못 온거면 오늘 산길에서 비명횡사하는거 아냐??;;;;;;;;

두리번두리번 조금 걸어내려가니 그제서야 낮은 건물의 국경관리소가 나온다. 얏호! 살았다!
눈은 이미 멈춰있었다.



출입국 심사가 어느 버스의 단체손님으로 늦어졌다. 오래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했는지 그 경찰 제복같은 것을 입고있던 착해보이는 아저씨가 '쏘리, 웨잇'을 반복했다. 돌아보니 그 버스는 한 무리의 동양인을 태우고 있었고, 그중 한사람이 걸어나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 이 첩첩산중에서 혹시나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겠다.. 싶어서,
- "혹시 한국인이세요?"라고 반갑게 말을 건네니
- (무척 경계를 한다.)"네, 무슨일이시죠?!" - 아뿔싸. 무슨일이시죠무슨일이시죠무슨일이시죠?????
- "아닙니다"
하고는 입을 닫아 버렸다.

그 버스는 여권심사를 마치고 유유히 내 옆을 미끄러져 갔다. 안에서는 누가 이런 곳을 걸어서 건너?라는 듯 잔뜩 짐을 든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쑥덕거린다. 쳇, 한국사람들 머 이래. 인사를 용건으로 되묻다니, 그것도 기분 나쁜 어투로 말이다. 누가 태워달랠까봐??

생각해 보니 유럽에서 이렇게 걸어서 국경을 건넌적이 없었다. 비록 도장은 자동차 모양의 도장을 받았으나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기분은 꽤나 삼삼하게 좋았다. 폴란드 돈을 모두 슬로바키아 돈으로 환전하고 길을 나섰다. 어익후 우표까지 붙인 폴란드 엽서는 기념품이 되어 버렸군~




작은 개천을 돌아 내려오니 그곳에 버스한대가 서있었다. 무조건 '뽀쁘라드'라고 외치니 타란다. 짐을 놓고 나왔다. 보아하니 조금 있다가 출발할 듯 싶어서 사진기를 가지고 나왔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내생에 다시는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첩첩산중에는 와볼일이 없을 것 같았다. 눈이 멈추니, 눈이 너무! 시원해졌다.






자, 이제 포프라드로 가자! 버스는 하얀색이 점점 적어지는 시골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해가 지고 나서야 포프라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에 한 저녁 7시쯤 되니 길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책에서는 이곳저곳이 우범지대;;라고 했다. 그나마 괜찮다던 옛날 독일식 건물이 늘어선 곳에서 호텔을 찾아서 하루 묵었다.




호텔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닭가슴살 요리를 추천해 주었는데 음! 완전 맛났다. (메뉴 두번째. 읽어보시라! 으하하)




이곳도 길가에 다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산책도 할겸 카메라를 들쳐메고 나왔으나 사람도 없고 특별히 눈이 즐거운 곳이 없어서 멀리 보이는 편의점을 들러서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열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 둘이 담배를 빌려달라고 말을 걸어와 깜짝 놀랐다.
짐을 들고 너무 오래 걸어다녔나 보다. 늘어지게 잤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난후 호텔의 뒷마당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비수기라 아직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머리속에 동화가 천개 이상 들어가 있을 것 같은 할아버지.




자, 이제 기차역에 가서 Zillina로 가는 기차를 타고, 사촌형을 만나러 가자!
호텔에서 콜해서 올걸, 길거리에서 택시가 없어서 결국 걸어나갔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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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아 2007/08/22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오빠 여행기 사진들 중 개인적으로 이 편이 최고같아!
    내가 사실 설경사진을 아쥬 좋아해 :)
    +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인사에 야박하긴해.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7/08/22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흐흐 눈이 안내려서 타트라 설원의 view를 만끽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도 눈 많이 내리니까 좋더라.

  2. 짱아 2007/08/22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모티콘이 생겼어. 신기하네 ㅋ)



GoToEurope - Bratislava

travEl 2007/03/27 03:35
이곳은 브라타슬라바입니다.






사촌조카입니다.
이 녀석 너무너무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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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겨울의 휴양지, 폴란드의 자코판이란 곳에 들렀습니다.
눈이많이 와서 멋있는 타트라 산맥의 모습을 보지를 못했네요.




바로 슬로바키아로 이동했습니다. 눈내리는 날 첩첩산중에서 걸어서 국경을 건넜습니다.




자, 이곳은 슬로바키아의 질리나 입니다.
오늘같은 날씨에 타트라 산맥을 올랐으면 정말 좋았을뻔 했습니다. 하루차이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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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메떡 2007/03/23 10: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걸어서 국경까지~. 좋군. ^^ 눈 쌓인 숲 사진 끝장나 주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