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떠나기 전에, 동유럽 관련 영국에서 론리플레닛을 산것을 제외하고 두권의 책을 가져갔었다. 하나는 루마니아 헝가리 등을 둘러본 일본서를 번역한 일러스트 위주의 여행서와 나머지 하나는 '예술의 도시'라는 기행문 형식의 여행서였다. 이 예술의 도시라는 책에 모스타르라는 낯선 도시를 보고 한번 가보고 싶어졌다. 발칸반도의 리틀 터키라고 불리운다는 이곳은 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했고 상징적인 스타리 모스트라는 다리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마침 론리플레닛에 사라예보에서 모스타르로 가는 기차길이 멋지다고 추천해 놓아서 아침일찍 기차를 타고 모스타르로 나섰다.
이른 아침의 객차에는 한동안 나밖에 없었다. 대략 직선거리로 70Km 정도 되는 거리를 기차로 두시간 반이나 가야한다고 해서 기차가 아주 낡아서 그럴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것 보다도 길 자체가 험해서 천천히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험한 돌산에 기차길을 건설한 것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바깥 광경이 인상적이었다.
출발하고나서 얼마후부터 기차는 산 능선을 따라 가면서 아래로 많은 시골마을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낯설고도 친근한 이런 마을의 모습은 난데없이 마음이 설레일 지경이었다. 날이 흐려서 사진으로 그대로 담을 수 없어서 아쉬웠음.
기차는 초반 한시간 넘게 높은 산의 중턱을 달렸다. 막히면 뚫고, 높으면 다리를 놓고 그렇게 한시간 가량 가면서 드문드문 시골역에 정차하였다.
어느 역에서 보았던 전쟁중 망가진 객차.
후반 한시간 가량은 옆에 강을 끼고 산아래쪽으로 달렸다. 달리면서 정말 3초마다 터널이 나타나거나, 그 터널안에서 3초만 머무르는 경우가 부지기 수일 정도로, 모스타르로 가는 길에 많은 터널이 크지 않은 뾰족한 돌산을 뚫고 있었다. 강건너 산에는 아직 눈이 쌓여 있었다.
모스타르 도착!
아싸 비온다. 동유럽 가는 곳마다 tourist information에서 하는 말이, "이상해요, 3월말에 이렇게 비가 다 오네요..." 아- 나는 비구름을 몰고 다니는 사나이더냐?!
택시 요금을 바가지 쓰고 기차역에서 스타리 모스트가 있는 다리로 내려왔다. 이 다리를 중심으로 근처에 관광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론리플레닛에 있던 여행사에 들어가서 숙소정보를 얻었다.
이곳의 첫인상은.. 음, 너무 "예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 하다!"
사실 숙소를 잡을 계획은 아니었는데, 동네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고민하다가 하루 머물다가 가기로 했다. 여행사 아주머니도 '에이 우리동네서 하루 자고가요~' 그런다;;
암튼 private room으로 널찍한 곳을 저렴하게 빌렸다. 주인장에게 포크와 냄비를 빌려서 라면을 끓여먹었다. 불이 느무느무 약해서 느무느무 뜨뜨미지근한 라면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암튼 밥을 먹고 나와보니, 억수같던 빗줄기가 개어있다. 일단 스타리 모스트 다리로 나갔다.
이곳 구도심의 건물들은 밝은 파스텔 톤의 돌로 장식이 되어 있어서 건물들이 생기있어 보였고, 돌길 또한 아담하고 예뻤다. 생각보다 인상적인 건물들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비가 그치자 관광객이 하나둘 보이다가 우르르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다리 양쪽을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관광지를 제외한 다리 양쪽의 건물이나 사람들의 모습들이 사뭇 달랐다.
사실 이 모스타르도 보스니아 내전시 격전지중 하나였다. 초록색의 네레트바 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총을 겨눠야 했던 이곳에서, 스타리 모스트라는 이 다리가 주는 의미는 색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소통'이었다. 한쪽은 이슬람 사람들이, 다른 한쪽은 크로아티아계 카톨릭을 믿는 사람들과 세르비안계가 살고 있었던 모스타르는, 보스니아 내의 세르비아계가 일으킨 내전에서 크로아티아 카톨릭계도 이슬람의 반대편에 서서 싸우게 된다. 아직도 다리의 양쪽에는 양 종교의 상징적인 높은 첨탑이 그때의 대치 형국을 보여주는 듯 했다.
다행히도 지금은 울려퍼지는 코란에 대해서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 가파른 어느 계단;; 저 느낌표가 클만 하다.
관광지를 조금 벗어나자, 사라예보보다 훨씬 더딘 재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젠 그저 말을 아끼고 싶은 사진들이다.
"the WAR"..
그래도, 봄은 오고 저렇게 새순도 난다.
동유럽을 돌아다니며 늦은 겨울을 길게 겪다보니 봄이 오는 소식을 깜박할뻔했다. ^.^;
현재 이 모스타르는 너무 작고 예쁜도시다. 관광객이 많이 들어서 부자 도시 되었으면 좋겠다.
저녁에 숙소로 돌아오니, 시끄러운 소리가 윗층 주인집에서 들린다. 한참을 참고 들으니, 아 글쎄 싸우는 소리가 아니라 웃으면서 이야기 하는 소리더라. 아까 밖에서 길을 물어보는데 왜 성을 내지??라고 생각했던 궁금증이 이제사 해소 되었다. 원래든 아니면 그 이후가 되었던, 사람들이 조금 호전적이다.
소화 시킬겸 야경을 시그마 30.4로 찍으니 불빛이 쩌억 갈라져 나왔다. 호호호
이 예쁜 동네는 다음번에 누군가와 같이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무가 화사해진 초여름에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저 스타리 모스트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맛난 와인을 곁들인 음식을 먹고 싶어진다.
방에 그 흔한 라디에이터도 없다. 추워죽겠다. 코끝이 시렵다. 덜덜덜.
다음날, 나는 그 유명하다던 휴양지! 듀브로브니크로 떠난다.
아 기대기대기대. 그토록 기다려왔던 아드리아 해를 보러가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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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도의 경사라니! 엄청난걸-
+ 저 기차길은 꼭 어느 영화속에선가 본듯한 기분이야. 액션 영화 같은데서 ㅋ
모스타르는 참한 분위기의 조그마한 도시더라.
바닥에 깔린돌이고 건물을 지은 돌이고 돌들이 얼마나 빛깔이 좋던지.
저 기차길을 자그마치 론리플레닛 추천 코스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