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의 홈페이지에서 출력한대로 버스에서 내려서 걸었다. 피곤했지만 언듯 보기에 길이 복잡해 보여서 '찾아오는 길'을 한손에 부여잡고 걸었다. 음.. 멀다. 헉. 아이구 배낭아.
리스본의 구도심의 첫느낌은 벨기에의 브뤼셀 도심에서 느꼈던 것과 비슷했다. 남루하고 오래되지만 힘을 보여주는 그런 기분. 우둘두둘 돌길이 보기보다 감성적이었다.
걸어걸어 물어물어 오르락내리락 대략 40분만에 드디어 숙소에 도착. 비도 부슬부슬 오는밤 정말 오래 걸었다.(중간부터는 금방이겠거니 금방이겠거니 하면서 오기로 걸었다.) 버스에서 내려서 이렇게 걸을 길을 안내해 놓다니.. 숙소에 들어가서 체크인하고 물어봤더니 한마디 던진다. "그럼 택시타고 오지 그랬어요." 헉. 당했다. 그 친구의 한마디에 남아있던 체력 완전소진.
반갑다 숙소야! 오아시스는 이곳 설명으로는 꽤 유명한 호스텔 체인이라고 했다. 홈피좀 리뉴얼해요. 버스에서 내려 택시타고 오라고~ 버럭!
사실 이 호스텔 위치가 약간 뒷골목이라 분위기 스산하다. 그래도 리스본이 궁금해서 기어이 카메라를 들고 바깥구경을 나가는 나에게 아까 택시~블라 스텝이 한마디 던진다. "카메라 훔쳐가니까 꼭 잡구가요."
동네한바퀴 구경하고 냉큼 들어와, 양아치스런 영국계 포르투갈 애와 몸빼바지의 칠레아가씨, 수다장이 영국아저씨와 잠시 노닥거린 후, 맥주한잔 먹고 완전 뻗었다. 이날 새벽에 나는 옆침대의 이쁜 뽀리너가 뻘건눈으로 나를 깨우며 "please~"하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드르러엉~~
다음 날, 전날에 언제 비가왔었냐는 듯 맑고 쾌청한 날씨였다. 누나와 나는 계획대로 시가 전차여행을 하며 시내와 알파마라는 책자에 나오는 곳을 구경가기로 했다. 루트는 숙소 -> 콘세이상 거리 -> 알파마 -> 그라사 전망대. (사실 리스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책에 있는 루트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콘세이상 거리에 내려서, 바닷가로 나오니 널찍한 코메르시우 광장이 나왔다. 이곳 역사에 대해서는 책자에 나온 간단한 것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어서, 날씨 좋은 날의 널찍한 광장의 넓이가 주는 여유로움만 가지고 왔다. 이곳에서 잠시 쉬는데, 작은 키에 바지가 껑뚱한 웃기게 생긴 아저씨가 스윽 보고 오더니 "좋은거 있어요~"라는 말투(뭔지는 못알아듣는다;;)로 주위를 살피면서 슬쩍 대X초가 들어있을 법한 쬐만한 봉지를 건넨다. "노우 땡스"를 다섯번을 한 후에야 여전히 주위를 살피면 마이클잭슨의 빌리진에서처럼 뒷걸음질치며 가더라. 사진을 찍고 담배를 한대 더 태우고 일어서려는데, 그 아저씨 또 와서 슬쩍 내민다. 일어나서 확째려보니 확쫄았나 보다. 또 마이클잭슨이다 ㅎㅎㅎ
광장을 둘러싼 건물이 엄연히 정부가 쓰는 건물이라던데, 재미있는 동네다. ㅋㅋ
그래도 건축물의 위용만큼은 대단하다. 이 문을 통과하면 사람들이 북적북적 대는 쇼핑과 외식의 중심지 콘세이상 거리가 나온다.
자유분방한 그림도 눈길을 끌고,
밝은 색의 소품가게도 눈길을 끈다. 친구에게 주려고 점원이 추천해준 냅킨 한다발을 샀다.
으허허허 사실 포르투갈에 와서 음식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이곳 웬지 맛있을것 같다. 길가에 늘어서 있는 레스토랑 중에서 제일 열심히 메뉴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곳에 들어갔다. 난 연어 스테이크와 누나는 봉골레를 주문하였다.
으음~~ 이 맛이야. 오 맛났다.(좋은 음식점을 도시마다 돌아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저곳이 유럽에서 먹은 음식중에 슬로바키아의 닭가슴 요리집과 더불어 쌍벽을 이룰 만큼 기억나는 맛집이었다.) 고수는 대만요리에 있을때는 향이 강한데, 저 스테이크와 봉골레와는 참 잘어울렸다.
요리가 나오기전에 아무말없이 가져다준 나왔던 치즈와 빵에 비싼 요금을 부과해 놓아서 잠시 좌절했으나, 정말 맛나게 먹었다. 저 연어 입에서 녹아녹아!! (봉골레는 냄비에서 덜어놓은 양이다. 밥먹으러갔는데 조만큼 주면 주인과 싸움난다;; 혹시나 궁금한 사람이 있을까봐.)
자, 밥도 먹었겠다. 전차를 타고 알파마 지구에 도착했다. 이곳은 과거의 이슬람의 영향이 고스란히 남은 지역으로 일종의 "서민촌"이다. 서민들이 사는 냄새와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책자의 말을 믿고 갔는데, 사람들이 없어서 잘 못느꼈다. 일종의 빈민촌과 비슷한 인상을 주는 이곳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이곳 저곳 공사를 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가지려고 노력중인 그런 곳이었다. 미로같은 동네를 구석구석 걸어다녔다.
좁은 길과 빠꼼하게 보이는 하늘, 남루한 건물과 나부끼는 빨래. 그저 지나가는 사람의 뒷모습에 삶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곳이었다. 샤랄랄라~ 관광하기에는 약간 으슥한 곳이다. 실제로도 도둑이 많다고 한다.
오랜만에 만난 널찍한 곳에서 스케치를 하는 소녀를 만났다.
오르락 내리락 알파마의 구석구석을 그저 거닐고 난 뒤, 그라사 전망대를 들렀다가, 한참동안 그 주변을 걸어다녔다. 약간 침체되어 있는 사람들의 표정과 건물들의 모습에 살짝 힘이 들었나 보다. 피로가 화들짝 몰려왔다. 게다가 나름대로 큰 도시들의 역사를 보여주는 "구도심"이라는 종류의 장소에 슬쩍 지루해 지면서 도시라이프를 벗어나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이제 돌아갈 전차를 기다리는 중. 누나의 표정에도 피로가 묻어난다.
언제오나,, 언제오나... 아싸아. 히어 컴즈더 전차전차~ 아이들이 놀이삼아 전차 뒷편에 매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컴터 앞에만 있는 우리나라 애들보다는 건강해 보인다.
구도심에서 운행중인 전차는 참으로 옛것 그대로이다. 우리나가 같았으면 당장에 없어져야했을 오래된 녀석들을 아직도 수동으로 운전하면서 다니는 운전자와 타고내리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겪어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인생관이 묻어나는 듯 했다. 그러게, 저좁은 전차에 앉아서 새삼 세상은 참 넓은 곳이라는 것을 느껴버렸다.
자, 리스본 첫날 관광 끝~~~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숙소에 매주 한번 요리사분이 오셔서 요리해주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손이 커보이는 넉넉한 브라질 아주머니가 해주신 브라질 음식이었는데, 이것은 카레도 아니고 비빔밥도 아니여~ 맛은 생소했으나, 해안가라서 그런가 큼직한 새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숙소로 돌아와서 누나와 급.상의 끝에 내일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하였다. 누나도 나와같이 도시생활이 조금 지루해졌나보다. 우리는 호스텔의 스텝에게 포르투갈에서 쉬러갈 만한 조용한 휴양지를 물어봤다. 한참 뒤에 그곳출신이라는 한 사람이 와서 "Tavira"를 추천해주었다. 그곳은 외지사람들은 잘 안가는 남부의 조용한 휴양지라고 했다. 오 땡겨땡겨. 생전 처음 대서양을 보러간다는 생각에 기분이 up! 내일은 휴양지로 가-능거야-!
전날 밤에 보았던 야경이 아쉬웠던터라 혼자 또 카메라를 들고 밤에 나섰다. 한참을 걸으며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서점앞에서 책들을 우두커니 보고 있는데, 남자 둘이 길을 막아선다. 뭐지? 하는데, 둘이 동시에 내 카메라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여기서도 스페인처럼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다.(누나도 사람들과 계속 포어로 대화했었다.) 그 두 사람들도 나한테 말을 걸더니 한참 둘이서 단거? 둥저? 이러더니, 결국 내 카메라를 가리키면서 dangerous라고 겨우 말을 건낸다. 그래서 내가 카메라가 위험하냐고 했더니, 둘이 한참 야. 이거 머라고 하냐 어이쿠나 두둥실 하더니 뭔가 생각났다는 듯, 외마디로 외친다. "thief". 그러더니 목에걸거나 크로스로 걸라고 제스처로 시늉한다. 으흐흐. 자세히 보니 대학생쯤 되보이는 어린 학생들이었다. 음 착한학생들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음, 돌아서는 아해들을 찍어봤다. 길거리 도둑이 많긴 많은가 보다.
숙소로 돌아와 거실에 있던 뽀리너들이랑 어울렸다. 머 잘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참 뽀리너들은 사소한 토론들을 즐긴다는 생각을 했다. 사소한 것들에 대해서 큰소리로 복작복작하게 이야기 하는 것을 즐긴다. 예를 들어 푸딩이 어떻게 생겼다는 둥 예전에 먹은것은 이만한 크기에 등등 그럼 다른 사람들이 또 그 화제를 이어간다. 담배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이렇고 저렇고. 등등 어떻게 보면 개인이 강하고, 그들의 취향도 강하며, 그러기에 이러한 사소한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더욱 활달해진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친구가 영화번역 일을 하면서, 일도 하면서 이나라 저나라에 한두달씩 머무르면서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그녀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유스러운 태도가 살짝 부러웠었다.
이 날밤, 전날의 "please~"가 미안해 엎드려잤다. 이틀동안 오지게 걷고, 잠도 오지게 설쳤다;;
도착한지 얼마안되는 리스본. 떠나려는 날의 날씨는 그야말로 지존이었다.
숙소 윗쪽의 전망대에 살짝 올라서 구경하다가 장보러 갔다. 뭐 맛나는 것좀 만들어먹고 싶었다.
근처 가게에서 쇼핑! 스페인과 포르투갈에는 Dia라고 이름붙은 큰수퍼체인이 많았다. 그들만의 저렴한 제품군 또한 가지고 있는듯 했다. (롯데수퍼의 와이즐렉..과 같이 말이다.) 리스본에서의 그럴싸한 점심을 위해서, 연어스테이크와 스파게티를 메뉴로 준비했다. 물론 낮술도 한잔하기로 했다 ;)
오.. 계속 날씨에 감탄 중..
오 장보고 돌아오는 길에 세그웨이를 탄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하나 장만하고 싶은 물건이다. (이거 국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에서도 순찰자가 타고 다니는것 보았다. 이거 대중화 안되나.)
짜잔~ 그들만의 점심. 레서피와 상관없이 연어를 오븐에 구웠더니 아주 맛없는 연어스테이크가 탄생하였다. (전날의 녹는 연어를 기대했는데 말이다. 흑)
점심 후, 짐을 챙겨가지고 나와서 Tavira로 가는 여정에 나섰다. 버스로 세시간을 넘게 Faro라는 곳에 가야했고, 기차로 갈아타서 다시 삼십분 정도 들어가는 곳이라고 한다. 비수기의 휴양지 호텔을 리스본의 호스텔과 똑같은 가격인 두당 20유로에 예약해놓고 출발하였다. 그래도 휴양지 호텔이 어디야. 자, 휴양지로 갑시다!!
가는 길에 보았던, 해지는 모습이 긴 여운을 남긴다.
아마도 내심, 리스본의 구도심이 내게 주었던 다음과 같은 단적인 이미지들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고속버스에서 메탈리카의 Nothing else matters를 듣는 풍채좋은 아저씨가 운전하는 버스에서 푹잤다. 지금은 완전 낯선 파루라는 곳에 도착해서, 밤 11시가 넘는 막차를 예약해 놓고, 물어물어 토요일이라 북적대는 근처 유명 레스토랑에서 커틀피쉬와 소고기 스테이크를 기다리는 중...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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