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이 지난 영월, 주문진 여행기
어느 한잔 두잔 오고가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여행 욕구가 물밀듯이 밀려오던 어느날,
형기의 한우먹으러 가자는 말에 급 찬성~찬성~ 삘받은 헨형.
캐나다에서 한우를 먹으러 급 귀국한(뻥!) 정호와 팀을 짜서 강원도로 고고씽~
이름하야 영월의 다하누촌~ (다한우촌. 아 그냥 받침쓰지;;;)
사실 일기예보에 출발 전날 밤부터 비가 오기로 되어 있었고, 당일 오전에는 개인다고 해서, 그 뭐랄까 어제의 어린이 날처럼 비온 뒤에 청명하고 맑은!! 날씨를 기대했단 기대했단 말이다!!
서울서 출발할때 흐리긴 하지만 개는 것 같던 날씨가 강원도로 갈수록 점점 흐려지더니, 결국 영동고속도로 위에서 하릴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굵은 와이퍼로 쓸어낼 수 밖에 없었다. 흑
이상하게 그날은 배가 고팠다. 아침으로 샌드위치, 출발할때 김밥, 급기야 휴게소에서 핫도그. 우리 일행 셋의 배는 영월에 도착했을 오후 3시경 이미 그득히 차 버리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맛기행을 오는 날 늦은 점심까지 세끼니를 먹다니!! 그래서 그런지 영월의 다하누촌에 도착해서 누구 하나 선뜻 먼저 고기를 사려고 하지 않았던 수줍은 기억이 난다. 아잉.
영월에서는 간혹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리 많이 내리지는 않았다. 우리는 이것저것 섞여있는 '한마리'(600g)와 육회는 많이 먹었으니 육사시미라고 되어 있는거 한 번 먹어보기로 결정하고.(참고로 나는 육회도 거의 먹어본 적이 없다. 아 낯설어) 고기를 사들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마치 노량진 수산시장에소 회를 뜨고 근처 식당에 가지고 가서 먹는 것과 동일한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헉. 식당 아주머니가 우리가 산 것이 육사시미가 아니라 육회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시 육사시미로 바꿔온 일행은 육사시미를 고추장에 두어점씩 찍어 먹다가,(사실 나는 슬쩍 육사시미를 불판에 익혀먹기도 했다;;) 아주머니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날린다.
"아주머니 이거 육사시미로 사온거 육회 양념 해주실 수 있나요??"
아하하하하 육사시미를 시도하던 일행은 결국 육회로 마무리.
전화만 보면 행복해 하던 영원한 동그리 정호군 식당에서 한 컷.
암튼! 고기가 맛있었는지는 판단을 잘 못하겠다. 일단 배가 조금 부른 상태였기도 했고, 기대하고 갔던 것보다 양도 조금 적어 보였고, 깔끔하게 식사하기가 쉽지 않았고, 비도 왔고.. 사실은 배가 많이 부른 상태였다;;;;
기대했던 한우식사에 살짝 기운이 빠진 일행.
서울로 돌아가자. 아니다 강릉가자. 이 근처를 돌아보자... 등등 오만가지의 생각을 눈빛으로 주고받던 중, 일단 출발. 운전대를 잡은 헨형은 강릉과 서울의 갈림길에서 서울로 핸들을 화들짝 돌릴뻔 했다. 허!허!허!나 이대로 갈 수 없다!
강릉가자!!! 하고 핸들을 돌리는 순간 굵은 빗줄기와 안개가 교대로 엄습해 온다.
하악하악. 농담 보태서 저멀리 100미터 앞에 있는 차는 브레이크를 밟을때만 보인다. 흑.
안개가 끼인 익숙한 횡성 휴게소.
헌데, 이상하게 안개가 끼인 곳을 지나면서 왠지 기분이 쌍콤해 지는 것이
부들부들 힘이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옆에 졸려하는 정호의 눈까지 부릅띄워가면서 강릉까지 생글생글 고고씽~
예전에 부모님이랑도 왔고, 재흥이랑 재흥이 사촌이랑도 왔고, 떠오르는 해를 부여잡고 친구랑도 왔던 주문진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숙소를 잡았다. 몇군데 숙소를 돌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숙소가 없던 중, 잠은 푹자자..라며 깔끔해 보이는 숙소에 짐을 풀었는데, 웬걸. 여기 숙소가 너무 좋잖아~ (옛날 일밤 집지어주는 프로에서 샤방하게 방문이 열리면서 뽀샤시 한가득) 넓은 실내공간에 깨끗한 침대하며, 넉넉한 수납장과 새하얀 냉장고와 정수기와 깨끗한 샤워시설!! 꺄악-
TV를 틀어보니 맨체스터와 첼시의 프리미어리그 빅게임!!
저녁먹긴 아까 먹었던 육회가 뱃속에서 아직 소화대기중 번호표를 100번까지 뽑아놓은 상태라 일단 숙소에서 노닥 거렸다.
전반전을 보고 9시가 넘어서야, 바닷가 옆에서 회를 먹자고 나선 일행.
하지만 내가 늘 먹던 그곳은 옆의 시장에서 회를 떠와서 먹는 곳이었는데 흑 시간이 늦어 시장이 닫아버렸단다.
아. 바닷가가 보이는 횟집 아쉬워아쉬워.
결국 숙소 1층에 있는 횟집에 자리를 잡았다.
가격이 좀 비싸네?? 하고 시켰더니 정말 회를 무지막지 하게 가져다 준다. 살면서 회를 매운탕에 넣어서 익혀먹고 싶은 충동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결국 남겼다. 이 밤.. 아쉬워아쉬워!
(왜 음식은 원하는 공간과 시간에 존재할 수는 없는 걸까 하는 철학적인 생각이 연휴 마지막 밤 스치운다.)
한가득 부른 배를 부여잡고 우린 산책길에 나섰다.
파도소리를 들으러 방파제를 지나 등대로 나가는 길을 걷던 우리..
갑자기 주변이 환해지더니, 저 멀리서 등대도 아닌 것이 써치라이트가 우리를 동방신기 비추듯 엄습해 왔다. 그리곤 외마디.
"거기 들어가시면 안돼요"
확성기가 없었는지, 어느 목청껏 외치다 한핀트 어긋나는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 괜히 소심한 반항. 바로 뒤돌지 않고 사진한 장 남기면서,
'~요'라고 말했는데 군인일까? 왜 군인은 다,나,까..로만 끝나는 문장을 말할까..하는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밤바다에서 두런두런 하자던 꿈은 산산히 깨지고, 결국 우린 술을 먹기 시작했다.
저 멀리 해가 떠오를때 까지 @.@ 그 좋은 숙소에서 몇시간 못잤다.
새벽까지 우린 서로 '니똥 굵다' 등의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갈궈주었다. 사실 이런저런 말들을 나눌 기회가 되서 개인적으로 참한 시간이었다. 입보다는 귀를 키울것! (그러고 보니 난 물리적으로 입도 작고 귀도 작다;;;)
그날 저녁에 일이 있는 친구가 있어서, 늦은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겨서 서울로 향했다.
숙소에서 어제 못가본 등대를 300mm로 쫘라락 땡겨서 아쉬움을 달래는 중.
이제 친구들이 다 결혼하고 나면 이런 여행도 참 귀하겠거니.. 하는 생각에 좀 아쉽더라.
피곤했음에도 운전을 책임져준 형기와,
아리따운 숙소를 골라준 정호에게 감솨.
그리고 우리가 영월에 있을때 친히 독일에서 전화주시고 우리의 즐거운 염장까지 모두 받아주셨던 떡메군께도 오호호 메롱감사.
형기야, 다음번엔 핫도그 먹지 말고 가자!
자, 연휴 끝!
모두들 즐거운 한주 보내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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