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정전

고독한 사람들과 그들의 엇갈림의 미학.
장국영을 큰 틀로 다섯명의 사람들. 그들 다섯명을 모아놓고 보면 참 미묘하다.
사람들의 인연들이 엇갈리고, 장국영 안에서는 너 따윈 필요없어! - 누군가 보고싶어 가 엇갈리고, 미미 안에서는 사랑과 장국영의 부에서 엇갈린다. 장만옥은 장국영과 유덕화 사이에서 엇갈린다. 유덕화는 경찰과 선원사이에서 공중전화 박스의 전화소리로 엇갈린다. 하지만 카메라 시선도 나도, 그 어긋남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라보게 된다기 보다는, 그저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처럼 묵묵하게 바라보게 된다.
왕가위는 왜 이렇게 다들 엇갈려 놓았을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했을까.
롱테이크는 참으로 일상적이다. 보기에도 더워 보이는 일상에 롱테이크 샷은 더욱 시간을 느릿하게 만든다. 이렇게 지루한 듯 만들어 놓고 잔뜩 엇갈려 놓고선 이렇게나 화려한 배우들을 출연시켜놓았다. 꼭 영화를 통해 감독이 니들도 그러니?? 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음.
장국영이 미미와 하룻밤을 보낸 후, 미미가 전화번호를 주려는 장면에서 미미가 움직였던 선풍기를 자기 쪽으로 다시 돌리는 장면에서 장국영의 성격의 단면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그저 선풍기 바람을 쐬고 싶었을 뿐이던가.
장국영의 맘보댄스 장면. 자신의 블루베리 나이츠에서 차용했던 침대위 장국영과 장만옥의 얼굴이 엇갈린 장면. 등 차후에 확대 재생산된 것들의 원본을 보는 듯한 기분이 쏠쏠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필리핀에서 자기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뒤돌아 걷는 장면. 마지막으로 장만옥은 참 예쁘다!
중경삼림

아비정전과는 달리 만남에 대한 이야기. 그래서 묘한 희망이 가득하다.
아비정전을 보고 다시 보게 된 영화지만 사실 예전에 한번 봤던 영화였다. 처음봤을때는 뭔가 낯설은 기분만을 느꼈던 것 같은데, 아비정전을 보고 다시 보니 훨씬 유쾌하더라. 중경삼림이 더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비정전이 더 마음에 들었다.
두 가지의 만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금성무는 임청하와 만나고, 양조위는 왕정문과 만난다. 이 둘의 만남은 참 낭만적이다. 금성무가 바에 처음 들어오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왕정문은 매일 애인의 샌드위치를 사러오는 양조위와 사랑에 빠진다. 일상적인 화면과는 다르게 이곳의 만남은 참으로 순간적이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들은 유명한 OST와 함께 생기발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금성무가 자기를 기억하지도 못하는 초등학교 동창에게까지 전화하는 장면과, 5월1일 기한 파일애플 통조림을 먹는 장면, 왕정문의 여러 귀여운 행동과 말들, 양조위가 비누에게 말을 거는 장면 등이 기억나는 장면이다. 왕정문과 양조위의 이야기는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실연을 극복하기 위해 금성무는 운동장을 사정없이 뛰고, 양조위는 비누에게 말을 건다. 그리고 금성무는 임청하에게 메시지를 받고, 양조위는 왕정문으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그리고는 밝은 분위기로의 전환을 보여주면서 그들 사이에서 카메라를 거둔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중경삼림을 보라!!
타락천사

아비정전이 엇갈림, 중경삼림이 만남 이라고 한다면, 타락천사는 헤어짐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이가흔은 여명과 헤어지고, 금성무는 첫사랑, 아버지와 헤어진다.
아마 중경삼림의 후속작임을 암시하 듯, 금성무가 왕정문과 같은 쏘스병 춤을 선보이는 것도 그러하고,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안하게 되었다는 것도, 양조위의 숙소를 왕정문이 청소하 듯 이가흔이 여명의 속소를 청소하는 설정도, 또 전체적인 색감도 많이 닮아있다.
아비정전이 일상처럼 롱테이크를 보여줬다면, 중경삼림은 가장 보기 편한 시선을 제공했고, 타락천사는 광각샷을 무지하게 날린다. 게다가 타락천사는 대각선 구도도 중경삼림보다 많이 차용한다. 화면의 왜곡을 통하여 역동적인 시선을 제공하기도 하고, 비뚤어지고 몽롱한 시선을 주기도 한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광각으로 찍으면 사람의 얼굴을 가장자리에 잘 안놓아둔다. 그 이유는 얼굴이 길쭉~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근데 타락천사에서는 길쭉한 여명과 길쭉한 이가흔을 자주 접할 수 있다. 이런 효과는 위의 장면에서 보듯이 비오는 장면에서 각기 다른쪽으로 늘어난 인물의 심리적 간극을 표현하는 장치로서도 아주 효과적인다. 참고로 이장면 너무 서정적이다. 아니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사랑이야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참 낭만적이고 서정적이다.
암튼, 들이대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얼굴 근처에 카메라를 대고 찍히면서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 같다;; (자세히 보면 카메라에 부딧힐까봐 동작이 작은 화면도 간혹 눈에 띈다.)
오버클래스 아이디 라는 스킨광고에 출연한 김선아의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라는 카피가 기억나는 지하철 복도 씬. 음. 참 멋있다. 씨네아티스트라고 불리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흔이 여명과 관계를 끝내는 법, 금성무의 첫사랑이 금성무를 기억하지 못하는 법, 금성무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법. 그리고 금성무가 이가흔을 태우고 오토바이를 타는 법. 누구나 가지고 있는 헤어짐의 기억과 모양새를 나눠가지는 법.
왕가위 영화에서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고독한 존재다. 그리고 그들의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등장인물 커보이고, 그들 사이의 소통은 작아보이는데, 결과적으로 그 커다랗게 보이는 사람들은 소통을 원한다.
마치 어느 붐비지 않는 지하철 안에서 누군가는 시끄러운 목소리로 전화를 하고,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DMB를 보고, 누군가는 MP3P로 음악을 듣고, 누군가는 꾸벅거리고 있는 그런 장면속에서 모든 소통이 단절된 순간을 느낀적이 있을 것이다. 왕가위 감독은 마치 그런 그림이 그려지는 장면에서 서로의 마음속에 담겨있는 속속들이의 생각-특히 소통과 사랑에 대한 생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게다가 디자인 스쿨을 나와서 그런지 화면 안에는 인물과 배경의 구도가 너무 다채롭고 멋나서, 시각적으로 즐거운 경험을 제공한다.
어느 날, 느릿느릿 몽롱하게 걷다가 흥미로운 이야기 꺼리를 궁금해 하는 날이 오거들랑, 왕가위 감독의 지난 영화를 봐보자. 당신이 언젠가 보았을 수도 있는 이 세 영화는 나이가 더 든 당신에게 더욱더 재미난 에피소드를 안겨주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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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뜽!
좋ㅎㅎㅎㅎㅎㅎ아??
요즘 지니는 뭐하고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