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프라드의 호텔을 나와 일단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찾아서 큰길로 걸어나갔다. 기차역이 어딘지 물어보는데, 영어로 물어보면 일단 사람들이 외면.
물어보는 과정이 : "Train Station??" --> "칙칙 폭폭 Station??" --> 제스처로 기차를 그림 --> 결국 그림을 그려서 물어봤다. 으하하.
아침부터 짐들고 한참 걸어서 진땀이 바작바작. 대체 표지판이 없다. 정말 의외의 건물로 보이는 곳에 기차역이 있었다.
시간에 맞춰서 승강장에 서있는데, 누군가 담배를 빌리러 온다. 돌아오니 영화에서 조폭으로 나올법한 뽀스의 스타일을 지닌, 한쪽 눈이 하얀;; 사람이 서 있었다. 담배를 빌려주고 나니 계속 주위를 맴돈다. 이 사람 뭐지??
질리나로 떠나는 기차에 올랐다. 대략 3시간 정도 걸리는 듯 했다. 기차는 우리나라에서 타던 열린 공간이 아니라 4명씩 앉은 칸막이가 있고 한쪽으로 긴 복도가 있는 그런 구조로 되어 있었다. 아까 하얀눈의 일행은 세명으로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건장해 보이는 사람이 있는 칸으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같은 칸의 영어를 할 줄 알았던 이 친구와 우연히 말을 트게 되었다. 이친구는 그곳나이로 서른둘의 군인이라고 했다. (군인이라고 했을때 속으로 얏호!를 외쳤다 ㅎㅎ) 시리아에서 일하고 있으며, UN에서 파견된 부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은 휴가에서 돌아오는 길이란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깥은 세명은 그대로 옆칸 정도에서 이쪽을 흘끔거렸다. 나는 말이 통하는 이친구를 통해서 역무원을 불렀다. 역무원도 많이 본 녀석인 듯 다른 곳으로 쫒아버렸다. 이 친구 말로는 저런 도둑들이 슬로바키아의 큰 문제라고 했다.
암튼 나를 주시하던 도둑들을 쫒아내고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돌입했다. 선한 초록눈을 가진 이친구는 자신의 카메라에 있는 아내와 아이 등 가족사진을 보여주었다. 아이가 참 귀여웠다. 그리고 일하는 사진을 보여줬는데 다양한 인종이 섞인 그 부대에서의 사진들과, 러시아산 기관총, 폴란드산 권총 등등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복잡한 제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역사이야기를 하면서, 원래 자신의 아버지 이전으로는 헝가리 국적의 사람이었는데, 그 세계대전 이후 나라가 분할되면서 자기는 슬로바키아 국적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표현을 빌리자면 'war is shit!'라고 하더라. 실제로 살고있는 동네도 헝가리와 접경한 지역이었다. 그쪽이 특히 문제가 많은 지역이라고 했다. 사람이 중요하지 국적은 상관없지 않느냐.. 하면서 그런 인종전쟁 또한 반대한다는 의견을 이야기 하더라. 그래서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서 군이 되었나 보다.
취미를 묻길래 사진이랑 섹소폰 불기라고 했더니 자신의 취미는 사냥과 낚시란다. 아무래도 남자다운(?) 취미를 묻는데 엉뚱한 답을 한것 같아서 스포츠 종목을 몇개 거드름 피면서 열거해 주었다. 으하하
뒤적뒤적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독한 슬로바키아산 과실주라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고 했다. 이 독주를 서너잔 나눠 마셨다. 마시는 법도 이야기 해 주었는데, 일단 숨을 들이 마시고 과실주를 단번에 넘긴다음 숨을 내쉬라고 친절히 시범도 보여가면서 설명해주었다. 배가 슬쩍 고팠는데 이친구가 간식거리도 꺼내주어서 참 고마웠다.
이 친구는 착하고 밝은 사람이라 마음에 들었다. 여행자로서 늘 조심하느라 이친구가 건낸 술도 사실 처음에는 미적거렸던 내 모습이 오히려 조금 미안했다. 같이 사진도 찍고, 밝은 표정으로 오늘 만나서 너무 즐거웠다고 먼저 일어서던 그 큰 덩치 친구가 쫌 귀여웠다. 헤어질때는 악수는 한 세번은 했나보다. 선물로 책갈피를 주었다.
드디어 질리나에 도착! 이곳은 그리 크지 않은 도시였고, 사촌형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가족은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 있고, 주말부부 생활을 하고 계셨다.
몇년만에 사촌형을 낯선 질리나에서 만나게 되었다.
형이 일이 끝날때 까지 잠시 동네를 돌아다녔다. 사실 관광 목적으로 온게 아니었지만, 여행자 정보센터에서 이곳관련 브로셔를 얻고서는 한 세시간정도 걸어다녔다. 기차역에서 큰 광장으로 통하는 길이 있었고, 그 광장에서는 놀이공원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놀이기구가 한쪽에 있었다. 유럽에 와서는 이런 놀이기구가 따로 있는 놀이 공원은 보질 못했다. 항상 축제가 벌어질때 잠깐, 혹은 광장옆에 한두개. 이런식이다. 남녀노소 모두 즐긴다 ^.^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오 생각보다 맛난다. ;)
시간이 그리 넉넉치 않아서 광장을 중심으로 주변 골목을 그저 돌아다녔다. 이곳에서 전차버스(??)를 처음 보았다. 버스인데 전차처럼 상단의 전깃줄에서 전기를 공급받는다.
광장앞의 큰 교회에 서있던 상. 정보 모름;;
그렇게 시내 중심부를 돌아다니다가 퇴근길의 사촌형과 동행했다.
마침 그날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호텔에서 회식이 있는 날이었다. 먹을복이 있나보다. 예전에 중국집에서 요리사를 했다던 전라도 말씨의 구수한 사촌형 부하직원 분이 탕수육을 만들어 주셔서 배불리 먹었다. 으하하 김치찌게에 탕수육에 밥한공기를 배부르게 먹었다. 제일 좌측이 사촌형님.
사촌형은 몇년전 이 슬로바키아에 한국인이 몇명 없을때 이곳에 가족을 이끌고 와서 이쪽 지역 물류 관련해서 지금은 터줏대감으로 자리를 잡고있었다. 지금은 수많은 회사들이 이곳에 진출해 있다고 했다. 새로운 도전에 늦은 나이란 없다 ^.^
이날 저녁은 사촌형과 부하직원들과 어울렸다. 그리고선 회사 숙소에서 푹 잤음.
다음날 사촌형이 자동차 열쇠를 내민다. 자신은 일이 있어서 늦게 다른 사람 차편으로 갈거라고 하면서 먼저 차를 가지고 브라티슬라바로 가라고 하신다. 으하하하 좋아좋아.
비가 쏟아지는 고속도로를 제한속도인 시속 130km로 달렸다. 크루즈 기능이 있어서 편하게 오래 운전을 해도 별로 힘들지 않았다. 국내 차종에는 왜 이 기능이 안들어가나 몰라. 중간에 배가 고파진 나는 작은 휴게소에 들러서 아침을 먹었다. 오~ 마침 닭가슴살 요리를 맛볼수 있었다. 여전히 이름은 모르겠으나, 여행중 맛나게 먹은 음식중 하나다. 이름하야 슬로바키아 닭가슴살 사이 햄과 치즈 요리! ;)
자, 브라티슬라바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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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 기차그림 겁나 귀엽다!
그림을 보여주며 Station! Station! Zillina(목적지)! Zill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