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쿠프에서 자코판(Zakopane)은 그리 먼거리는 아니었다. 삼십분 남짓 지나서부터 자코판의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점점 휴양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눈이와서 그런지 한시간 정도 걸린다는 버스가 조금 더걸려서 자코판의 버스터미널에 도착하였다.

눈, 정말 많이 온다! 으하하하하 이렇게 눈 많이 내리는 거 처음 보았다.

짐들고 잠시동안 미친듯이 뛰어다니다가 투어리스트 인포메이션에 들어갔다. 내가 타트라 산맥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고 싶다고 했지만 안내하는 사람은 바깥의 내리는 눈을 가리키기만 했다. 그래도 뭐 날씨가 좋아지지 않겠어요?? 라는 한마디를 던진다. 조금 고민했다. 방을 일단 잡고 그래도 타트라 산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탈까 하다가 일단 그냥 짐을 바리바리들고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지도에서는 여러 케이블카가 있었는데 가장 좋은 곳을 추천받아서 무작정 택시를 타고 갔다.


자, 어디 한번 올라가보자. 날씨야 천천히 좋아지길 한번 기다려 보지 뭐. 윗쪽에 좀 쉬는데가 있겠지. 오홍 산위에서 밥도 먹어야지?? 어라 옆사람이 스키를 들고타네??




눈의 무게에 추욱 쳐진 침엽수림을 하나하나 작아지더니 멀어져만 갔다. 아. 여기 올라갈때 비록 산맥의 전망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기분 최고였다. 펑펑내리는 눈과 아득해진 침엽수림 말이다. 정말 이 케이블카는 끊임없이 올라가는 듯했다. 중간에 내려서 또 다른 케이블카로 갈아탔다.




으하하하. 케이블카에서 나와보니 전방 2미터 앞도 안보였다. 그리고 내가 탄 케이블카는 산위의 어느 마을 내지는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닌, 보드나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내가 그렇게 관광용으로 추천해달라고 했건만. 내가 올라간 곳이 좌측의 Kasprowy Wierch였다. 앞이 아무것도 안보여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돌아다닐 수가 없는 곳이었다. 돌아다니다간 눈이 펑펑 오는 천연슬로프에서 케이블카 타던곳으로 슬라이딩할 참이다. 샤샤샥-

암튼 나는 아무것도 못보고 내려왔다. 흑. 산 정상의 매점에서 아래의 엽서를 한장 구입했다. 엽서를 쓸 요량으로 우표까지 붙였다. 아래가 실제 날씨 맑은 날에 내가 그곳에서 볼수 있었던 view임. 아! 아쉽.




타고 올라온 케이블카. 저거 타고 다시 내려가도 될까? 덜덜덜.




내려오며, 으다다다 연사로 정상의 아쉬움을 달랬다. 옆의 영국에서 온 일행 셋이 첨에 소리에 놀라더니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sorry." 씨익 웃었다. ^_____^;



자, 내려왔다.. 그래도 이렇게 신나는 눈꽃들을 본게 어디야. 아무튼 펑펑 내리는 눈에 질퍽질퍽 거리며 온 몸이 젖어왔지만 신나게 걸어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하룻밤 자고 갈까 하다가 그냥 국경을 넘어서 슬로바키아의 포프라드로 가기로 결정했다. 결국 크라쿠프 민박주인이 적어준 음식들을 못먹어봤다. 흑.

국경을 넘으려면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한 40분 정도 Lysa Polana로 가서 도보로 건넌다음 다시 그곳에서 버스로 포프라드까지 한시간 가량 가야했다. 사람들이 말이 안통해서 물어보는데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버스를 탔고, 버스는 산길을 내달렸다. 사진을 찍지는 못했지만 깊은 산중에 슬쩍슬쩍 스치는 작은 마을들이 참 멋져보였다. 순간 내려버릴까??하다가 방을 구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참았다. 내가 탔던 버스가 그날의 마지막 버스였다. ^.^;

자, "리사 뽈라냐~"를 버스운전자에게 외쳐댔던 나는 버스운전자가 내리라고 이야기해준 곳에 내렸더니 언듯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는 썰렁한 첩첩산중 산길 한가운데 였다. 뭐지? 버스도 마지막이고 이거 내가 잘못 온거면 오늘 산길에서 비명횡사하는거 아냐??;;;;;;;;

두리번두리번 조금 걸어내려가니 그제서야 낮은 건물의 국경관리소가 나온다. 얏호! 살았다!
눈은 이미 멈춰있었다.



출입국 심사가 어느 버스의 단체손님으로 늦어졌다. 오래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했는지 그 경찰 제복같은 것을 입고있던 착해보이는 아저씨가 '쏘리, 웨잇'을 반복했다. 돌아보니 그 버스는 한 무리의 동양인을 태우고 있었고, 그중 한사람이 걸어나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오~ 이 첩첩산중에서 혹시나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겠다.. 싶어서,
- "혹시 한국인이세요?"라고 반갑게 말을 건네니
- (무척 경계를 한다.)"네, 무슨일이시죠?!" - 아뿔싸. 무슨일이시죠무슨일이시죠무슨일이시죠?????
- "아닙니다"
하고는 입을 닫아 버렸다.

그 버스는 여권심사를 마치고 유유히 내 옆을 미끄러져 갔다. 안에서는 누가 이런 곳을 걸어서 건너?라는 듯 잔뜩 짐을 든 나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쑥덕거린다. 쳇, 한국사람들 머 이래. 인사를 용건으로 되묻다니, 그것도 기분 나쁜 어투로 말이다. 누가 태워달랠까봐??

생각해 보니 유럽에서 이렇게 걸어서 국경을 건넌적이 없었다. 비록 도장은 자동차 모양의 도장을 받았으나 걸어서 국경을 건너는 기분은 꽤나 삼삼하게 좋았다. 폴란드 돈을 모두 슬로바키아 돈으로 환전하고 길을 나섰다. 어익후 우표까지 붙인 폴란드 엽서는 기념품이 되어 버렸군~




작은 개천을 돌아 내려오니 그곳에 버스한대가 서있었다. 무조건 '뽀쁘라드'라고 외치니 타란다. 짐을 놓고 나왔다. 보아하니 조금 있다가 출발할 듯 싶어서 사진기를 가지고 나왔다.




조금 과장을 하자면, 내생에 다시는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첩첩산중에는 와볼일이 없을 것 같았다. 눈이 멈추니, 눈이 너무! 시원해졌다.






자, 이제 포프라드로 가자! 버스는 하얀색이 점점 적어지는 시골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해가 지고 나서야 포프라드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이곳에 한 저녁 7시쯤 되니 길가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책에서는 이곳저곳이 우범지대;;라고 했다. 그나마 괜찮다던 옛날 독일식 건물이 늘어선 곳에서 호텔을 찾아서 하루 묵었다.




호텔 레스토랑에 저녁을 먹으러 내려갔다. 닭가슴살 요리를 추천해 주었는데 음! 완전 맛났다. (메뉴 두번째. 읽어보시라! 으하하)




이곳도 길가에 다니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산책도 할겸 카메라를 들쳐메고 나왔으나 사람도 없고 특별히 눈이 즐거운 곳이 없어서 멀리 보이는 편의점을 들러서 간단히 장을 보고 들어왔다. 들어오는 길에 열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애들 둘이 담배를 빌려달라고 말을 걸어와 깜짝 놀랐다.
짐을 들고 너무 오래 걸어다녔나 보다. 늘어지게 잤다.


다음날 아침,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난후 호텔의 뒷마당을 둘러보았다. 지금은 비수기라 아직 깔끔하게 정리가 안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름 귀엽게 꾸며져 있었다.




머리속에 동화가 천개 이상 들어가 있을 것 같은 할아버지.




자, 이제 기차역에 가서 Zillina로 가는 기차를 타고, 사촌형을 만나러 가자!
호텔에서 콜해서 올걸, 길거리에서 택시가 없어서 결국 걸어나갔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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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아 2007/08/22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오빠 여행기 사진들 중 개인적으로 이 편이 최고같아!
    내가 사실 설경사진을 아쥬 좋아해 :)
    +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인사에 야박하긴해.

    • Favicon of http://www.henbros.com BlogIcon minchul 2007/08/22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흐흐 눈이 안내려서 타트라 설원의 view를 만끽할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나도 눈 많이 내리니까 좋더라.

  2. 짱아 2007/08/22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모티콘이 생겼어. 신기하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