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같이 차가 적을때만 주로 운전하고 다녀서 그런지, 슬슬 하나둘 운전이 귀찮아 지는 친구들 보단, 아직 운전이 재미난다. 운전을 하는 동안은 닫힌문과, 이동한다는 사실이 주는 역설적인 폐쇠성이 가중되어 가장 사적인 공간에 머무를 수 있다는 생각도 운전을 즐겨하는 이유중에 하나이다. 그래서 그것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 그런지 차안에서 나는 음악이나 라디오를 전혀 듣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대전에서 올라올때 이른새벽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올라온 적이 있었다. 길이 혼잡한 것이 싫어서도 있었고, 다음날 일이 있었는데 자고 올라오면 시간에 대기 어려울 것 같아서 그 시간을 택해서 올라왔던 것 같다. 아직 깜깜한 새벽이라 차도 별로 없었고, 게다가 그때까지는 초보였던 나는 가로등도 거의 없던 깜깜한 밤길을 올라오느라 진땀을 뺐던 기억이 난다. 신경써서 운전에 집중해야 했으며 그로인해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고, 전날 밤을 지새우고 올라오는 피곤함이 침투할 여지가 없었던 그런 야간 운전이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자리에 눕는데 어찌나 목이 뻣뻣하던지. 하지만 웃기게도 그때부터 야간에 운전하는 것을 즐기게 된것 같다.
밖의 어둠이 주는 기분은 오히려 차안과 밖을 더 괴리시켜, 사적인 공간을 최고로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어 준다. 그 안에서는 가장 자유로움이 느껴지고 가장 편안함이 느껴진다. 노래를 흥얼거려도 좋고, 평소에 큰소리로 외치고 싶었던 말들을 두서없이 외쳐도 좋고, 번잡하게 지내던 시간을 돌아보며 찬찬히 읊조려 볼 수도 있다.
야간에 중부고속도로를 달릴때면, 화물차가 유난히 많다. 비이상적인 속도와 소리를 내면서 질주하는 가끔의 차들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 중부 고속도로는 경부에 비해서 차선수도 적고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 많다. 가끔씩 가로등이 없는 구간에서 앞 차의 후미등도, 뒷차의 전조등도 보이지 않는 순간을 맞을때가 있다. 백미러를 봐도 캄캄하고, 앞을 보면 오로지 내차가 비추는 번쩍거리는 야광 도로정보를 표시해 주는 녀석과 서울이 몇키로 남았다는 표지판이 가끔 지나갈 뿐이다. 이런 순간이 되면 기분이 참 맑아진다. 가끔씩은 이럴때 안개등을 제외하고 전조등을 꺼보기도 한다. 그럴때는 앞도, 뒤도 어두워진 상태의 속도를 느끼게 되고, 일정길이씩 끊어져 있는 어두워 보이는 희미한 차선만이 내가 인지할 수 있는 전부가 된다. 사실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리 오래 지속시키지는 못한다. (사실 나는 안전빵 운전의 대가이다;;)
개심사를 내려오면서 느꼈던 바람소리, 물방울 소리를 그때 느낀다. 빠른 차안에서 의외의 최고의 조용함을 말이다.
오늘 대전에서 두시가 가까운 시각에 출발해서 서울에 오는길에 또한번 그 고요함을 만나고서는,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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