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행 준비를 많이 못했다.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라서도 그렇고, 결정적인 벼락치기를 해야할 며칠전인 시점에 노트북 사기를 당해서 그거 처리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이놈 민법상 부당이득은 그래 내가 보시한다고 치자. 하지만 네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지같은 넘 (여행을 다녀온 현재 미결사건으로 끝나버렸단다. 아뿔싸. 잘먹고 잘살아라) 여행을 출발하기 앞서, 당했던 사기로 조금 의기소침해져 버렸다. 고소장을 쓰고 짐을 싸고는 어느덧 밤을 새버렸다.
그래도 나는 간다. 아하하하
2.
아침에 공항에서 로밍을 받았다. 웬만하면 그냥 갈까 하다가, 동유럽에서 혼자다니게 될 생각에 웬지 보험이라도 들 요량으로 하나 신청해가지고 갔었다. (그래 놓고선 여행자 보험도 깜박 안들고 간거 있지.)
아침 8시50분 비행기에 올라서 기억도 안나도록 뻗어버렸다. 밥도 못먹고 기억나는건 오랜지 주스 한잔. 눈 깜박할 새에 벌써 홍콩에 도착 했단다.
공항에서 멀리 볼수 있었던 홍콩은 타워펠리스와도 같은 큰 키의 주거형 건물이긴 한데, 건물들이 모도 똑같은 키를 가졌다는 것이 조금 웃겼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별반 매력적으로 보이질 않았고, 스탑오버로 돌아올때 안들리기로 한것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콩공항에서 바깥을 바라보면서 누워서 쉴수 있는 통로에서는 쉬이 보이지 않는 기다란 의자와와, 공짜로 지원되는 무선인터넷이 좋았다. (심지어 영국에서는 공항에서 밤샌다고 15파운드나 주고 인터넷을 몇시간 사용했었다;;)
3.
런던행 비행기안
홍콩에서 런던을 가는 비행기라서 그런지, 인천에서 홍콩으로 올때보다 훨씬 크고 깨끗한 새비행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스튜어디스들도 웬지 같은 나라사람을 대하듯이 더욱 친절하려하는 기분이었고. 참고로 런던갈때 홍콩 들렀다 가는거는 무척 돌아가는 것이다;; 거의 한국에서 런던을 가나 홍콩에서 런던을 가나 시간이 비슷하며 혹 홍콩에서 런던을 가는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겠다. 참고하시라. 가는데 꼬박 13시간 들었다. 흑.
낮에 홍콩에서 출발하여 저녁시간에 런던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다. 6시간쯤 지나니 바깥이 어둑해져있다. 화장실을 자주 가지 않는 나는, 이런 긴 비행에서 창가 자리가 편했다. 의외로 잠은 잘 안왔고 잠깐씩 자다가 오랫동안 깨어있게 되었다.
문득 비행기 안쪽 창문을 열었는데 어두워진 밤하는 사이로 오리온 자리가 선명하게 나란히 날고 있었다. 저런 선명함은 작년 이맘때쯤 무주로 가던길에 보았던 그것과도 같아보였다.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흘끗거린다. 조그만 노트북에 덩치큰 녀석이 매달려 있는것이 이상했나보다. 사실 난 비행기로 혼자 많이 다니면서 옆사람이랑 이야기를 잘 나누지 않는다. 사실 말을 걸어보고 싶기도 한데, 웬지 말을 걸어놓고 나면 계속 말을 해야 할 것같고, 말이 끊어지면 어색할 거 같기도 하고. 그러고 보면 가끔씩은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어떤 사람은 많은 생각을 한 다음에 용기를 내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의 테마는 뭘로 할까. 보란듯이 직장을 때려치고 오래전부터 가고싶었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 했던 여행이 바로 시작되었다.
카메라와 노트북과 함께하는 IT여행? 이건 테마가 아니잖아.
낯선곳을 누벼보자. 동유럽 여행? 여행은 어디든 낯선게 당연한데.
백수의 자유의지여행?? 이건 또 머냐;;
머 아무래도 좋다. 걍 내키는대로 이동할 생각이다. 그때그때. 가고싶음 걍 가는거지.
그냥 혼자서 다니는 동안 나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다. 그동안 이렇게 저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자아와의 진솔한 대화를 하고 오고 싶어졌다.
조용한듯 시끄러운 비행소리와, 사람들의 자는 소리, 책장넘기는 소리,
불이 꺼져 어두운 소리들이 잠이깬 나에게 자꾸 낯설다.
동유럽 론리플레닛이나 하나 사야겠다. 아무래도 가져간 다른 책들은 내용이 부실해보여.
하. 이제 런던이다. 오랜만이다. 런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