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옥스포드 1

travEl 2007/05/03 01:18



1.

어제 런던 히드로 공항에서 옥스포드로 오는 길은 생각보다 금방이었다. 버스기사 양반에게 single을 17파운드로 끊고 갔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single은 17파운드, (periodic) return은 겨우 1~3파운드가 더 비싸더라. return으로 살껄. 흐흐.



옥스포드에 도착하니 밤이 깊었다. 연락이 조금 어긋나서, 옥스포드 버스 정류장에서 승우를 잠깐 기다리는데, 어느 집채만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젊은 녀석이 사람들에게 잔돈을 달라며 돌아다니는 거였다. 처음에 거절하다가 1파운드 동전 두개를 내밀었더니, 너무 기뻤는지 굿럭! 악수를 청하더라. 2파운드가 생각보다 큰돈이군 ^_^. 후에 안일이지만, 승우가 걸어오는 길에 큰 개를 데리고 오던 녀석이 니 친구 저기 터미널에 있어.(아마 동양인이라 그렇게 추정한거겠거니) 라고 폴짝거리며 갔다고 한다. 그녀석 그 뒤로도 도시를 돌아다니며 너댓번은 본거 같다.

10시가 넘은시각 일단 승우네 방에서 무거웠던 짐을 풀고 pub에 가려했지만, 얘기치 못한 일로 일단은 다음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승우네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언듯언듯 보았던 길과 건물과 사람들이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승우네가 있는 곳은 현재 학부생들이 있는 기숙사이다.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이 기숙사에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 옆이 승우네 방이었다. 첫인상은 천장이 높다는 것이었고 낡은 듯 보였지만 꽤 아늑하다는 것이었음. 굴러다니는 의자가 다 툭하면 백년된거라고 하던데 진짜야? 진짜야? 계속 물어봤다.
샤워를 하러 들어간 화장실에서 느낀 것 두가지. 한가지는 영국애들 엉덩이가 넓은지 변기의 앉는 자리가 너무 넓어서 빠지는 줄 알았다는 것과 두번째, 세면대는 도통 편리한 구석이 없다는 거였다. 더운물과 찬물은 트는 손잡이가 각각 따로 있었고,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 또한 따로 있었다. 그리고 세면대 바닥의 구멍을 손수 막아서 써야만 한다는 것이다. 결코 적당한 온도의 흐르는 물로 씻을수 없는 구조였다. 다녀본 다른 곳도 수도꼭지가 각각 있는 거 보면 잘은 모르지만 어지간히 변화라는 것을 지양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설마 못만들어서는 아니겠지.

내일이 기대된다. 나의 2007 유럽의 첫도시. 옥스포드 ;)



2.

다음날 아침, 아직 랩에 할일이 있는 승우와 헤어져 혼자 옥스포드 시내를 돌아다녔다. 그전까지 잔뜩 찌푸린 날씨는 내가 온날부터 화창해졌다고 했다. 정말정말 날씨가 좋았다. 우리나라에서 맑은 날과는 다르게 컨트라스트가 높고, 모든 색이 선명하다고나 할까. 우와~~ 공기도 너무 좋았다. 이 도시 웬지 마음에 든다.

일단 남북으로 난길을 통해 남쪽으로 걸었다.



툭. 하면 이런 멋진 건물이 튀어나왔다. 꼭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았다. (이것은 Radcliffe Camera라는 건물)




칙칙할것이라는 나의 예상을 뒤엎고, 옥스포드는 생기 발랄한 색들과, 활짝 핀 벗꽃과, 활기찬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주었다.



우연히 무선인터넷이 단 두칸;; 뜨는 곳을 찾아서 커피한잔하면서 여유로운 오전을 즐겼다.
건물안에 십자로 먹거리 쇼핑장소 등이 있는 골든 크로스와, 번화한 Cornmarket street을 지나 어제 내렸던 버스터미널로 왔다.



어제는 텅 비었던 터미널 앞 공터에 장이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수요일마다 이곳에 장이선다고 한다. 맑은날의 생기있는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귀여운 간판도 찍어보고,



모든 길을 길 이름으로 찾을 수 있어서 편리했다. 우리나라도 길이름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하려고 최근 홍보를 하고 있지만, 역사가 깊고 규모가 작은 곳에서보다 정착하기 어려울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진에서 보면 알수 있겠지만, 내가 본 옥스포드는 원색은 아니더라도 짙은색의 색감이 뇌리에 많이 각인 되는 그런 곳이다.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승우와 약속장소인 곳으로 향하는 메인도로 길에서 발견한 인상에 남는 색과 구도와 나무를 가진 집. 나무가 꼭 슬리피 할로우 같은 팀버튼 영화에 꼭 한번씩 등장하는 나무처럼 생겼으며, 을씨년스럽다기 보단 팀버튼 영화에서처럼 약간은 엉뚱하고 귀여워보였다.

그렇다. 나 원래 주관적이고 편견도 많은 사람인데, 첫인상에 이 도시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 ;)



조 위에서 봤던 팀버튼 나무. 흐흐



이곳은 승우가 일하는 곳이라고 한다. 비교적 새로지은 건물이 모여있는 곳에 있었다. 요 옆에서 승우와 만나기로 했다.



Oxford University Park. 의자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비교적 따뜻한 햇살을 받고 있는 여행자의 모습은 최고다!

여기의 칼러지는 흔히 국내에서의 칼러지(흔히 단과대학으로 일컬어지는)가 아니라, 정말 해리포터의 그리핀도르, 슬레데린처럼 다른 컬러지와 커리큘럼만을 공유하는 다른 집단 개념의 칼러지라고 한다. 여긴 위치별로 다양한 칼러지가 있고, 그러한 컬러지들과 수업을 받는 장소로 온 도시가 채워져 있었다. 게다가 컬러지 별로 역사와 전통이 모두 다르고 각 유명한 학문적 분야가 다르다고 했다. 학부 신입생들은 선택하여 지원을 하나, 승우같은 대학원생은 그냥 하나를 지정해 준다고 했다.현재 승우는 속한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100년이 훌쩍넘은;; St. Hugh's College라고 한다. 오~ 신기한 제도다 ;)



3.

승우를 만나서 점심을 먹고, 먼저 유명하다던 Christ Church에 갔다. 관광객은 4파운드 정도의 돈을 내고 들어가지만, 옥스포드학생과 동반하면 공짜였다. 므흣~ 해리포터에서 식사하는 장면을 찍었던 그곳은 실제로 해당 컬리지의 학생들이 식사를 하는 곳이었다. 식사중이라 나중에 들어가라는 안내의 말을 듣고 성당을 먼저 구경하면서 잠시 앉아있었다. 많은 성인들의 무덤이 있는 그곳을 둘러보면서, 사실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이곳 사람들은 천년전의 그 옛날에도 80세가 넘도록 오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톨릭 신자였던 승우는 성당에 관심이 많았다. 성당앞에는 각국나라로 번역된 설명서가 놓여져 있었다. 메인으로 display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어도 있었음.




자, 드디어 해리포터의 식당에 들어가 보았다. 영화상에서 아주 널다랗게 보이던 그곳은 생각보다는 아담한 곳이었다. 영화의 영향인지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오.. 이곳이 해리포터와 헤르미온느와 론이 밥을 먹으며 부엉이에게 메시지도 전달받았던 그곳이군~ 다음 식사를 위해서인지 관광객을 위해서인지 식기류 및 수저 등등이 줄맞춰서 늘어져 있었지만 쫌. 꼬질꼬질 했다. 우와 그래도 신기신기!




이곳을 나와서 New College로 이동했다.



그냥 길거리의 장식하나에도 눈이 즐겁다.




이 New College는 새워질 800년전 당시 비교적 새롭게 만들어진 컬러지여서 이름이 그렇단다. 크하하. 이곳은 승우가 좋아하는 조용한 곳이었다. 그 옛날 왕의 친위대 성격을 지닌 옥스포드 학생군과 이지방 농민들이 전쟁을 하던 성이 있었다. 띄엄띄엄 사람들이 지나던 조용한 성곽을 안쪽으로 한바퀴 돌았다. 푸른색의 넓은 잔듸 가운데는 계단을 올라가야하는 숲이 있었고, 그 계단을 올라가는 곳 앞에서 박수를 치면 이상하게 소리가 나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지나가던 관광객이 치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렇게 이상하게 들리지 않아서 직접쳐보지는 않았지만 직접 그위치에서 들어보면 이상하다고 한다. 아- 쳐볼껄.




조용한 곳을 산책하는 것이 너무 좋았다. New college는 너무 인상적이었고, 승우는 이곳에 너무 잘 어울렸다. (칼러지 옮겨!)




성곽을 지나 칼리지 내의 성당으로 향했다. 그 옛날 수도사들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성당앞의 "남을 위한 기도"란에 승우가 친히 좋은 말을 적어주었다. 복받을껴.



이렇게 첫날의 옥스포드 구경을 마쳤다. 돌아오는 길에 중국 수퍼에 들러서 신라면 사고, 큰 수퍼체인인 Sainsbury's에서 장보고 들어왔다.
오! 귤 맜있다!




4.

자, 해가졌고 이제 우리는 Pub에 간다! 승우와 드디어 영화에서만 보던 Pub을 갔다.
신기한건 작업을 막 마치고 돌아온듯한 옷에 페인트가 잔뜩 뭍은 사람들부터, 말끔한 정장의 사람들, 젊은 사람들, 나이든 사람들에 노부부까지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웬지 조금만 나이들어버리면, 강남역마저 다니기 뻘줌할 것 같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것은 전통과 언어의 차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랜전통에는 할아버지나 나나 같은 동시대의 사람들 아닌가. 10살의 1년 차이와, 100살의 1년 차이가 확연히 다른것 처럼 말이다.

참 pub 소개를 해야지. 승우가 추천한 이곳은 꽤 유명한 곳이었다. "Eagle and Child"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세계 판타지 소설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세가지 중 두가지인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의 두 작가(J.R.Tolkien과 C.S.Lewis)가 이곳에 자주 들러 토론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한쪽 벽에 그러한 내용이 글로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오! 기네스 맥주가 과하게 맛났다. ;)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서 서서 먹다가 나중에 자리를 잡았는데, 웬지 어색하더라. 말을 할때에도 집중이 잘 안되던데 ㅋㅋ 다들 신이나서 떠들고 있다.
화장실이 남자, 여자, 장애인 셋으로 나누어 진것이 인상적이었고, 세바스찬 바하를 닮은 멋진 수트를 입은 녀석이 주문을 하면서 새치기 하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ㅋㅋ

보통 저녁을 먹지 않고 펍에서 시작해서 케밥으로 끝낸다고 하길래, Hugh's college로 걸어오는 길에 케밥을 하나 사서 먹었다. 승우와 이야기를 하면서 어느 묘지 안에서 먹었다. (그곳의 묘지는 우리나라 묘지같지는 않았지만 스르롬 떨렸다 ㅋㅋ) 으 양고기 케밥보단 닭고기 케밥이 맛있어.





걸어들어오는 길에

친절한 가로등씨와,



수줍은 벗꽃나무씨를 마주쳤다.





역시나 이곳은 마음에 드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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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짱아 2007/05/03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다! 이 한마디로 사무실에서 느끼는 기분 다 표현이 될까 ㅋ

  2. 승우 2007/05/04 2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철아 미안하다. 그때 했던 얘기 상당부분이 뻥이다. ㅇ ㅏ ㅇ ㅖ~

  3. 김호영 2007/05/08 12: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승우가 친히 적어준 좋은말 = '헨형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