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시험 중이다.
보아하니 만만한 문제같지는 않은데, 알고 있는 수학적 지식을 동원하여 몇가지만 증명을 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 문제다. 그럼 가장 기초적인 증명부터 해나간다. 그 증명들로부터 또다른 큰 증명을 도출해 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스스로 뿌듯해한다. 이윽고 시험이 끝나고,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도중에 발견한 것은, 도출한 큰 결론이 어느 책에 있었던 공식이었다는 것이고, 친구들은 그 공식을 이용해서 쉽게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 점이었다. 시간이 오래걸려서 고생을 했어도 나는 그 공식을 증명해서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서 뿌듯해 했던 기억이 있다.
수학이야 수학책의 definition과 Theorem이라고 나온 녀석들을 알고서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물리와 같은 문제를 풀때는 항상 어려웠던 것이, 그러한 공식을 외워서 사용하는 범위가 수학보다 넓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그러한 공식은 증명이 어려웠고 공식을 모르는 나는 물리시험을 번번히 망쳤던 기억이 있다.
웃긴건 공식을 못외워서 그런건지 아님 즐겨 증명을 하다보니 공식을 안외우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좀더 deeper한 것들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었던 것일꺼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깟 문제를 공식으로 푸는 녀석들에게 보기좋게 한방을 먹이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지금도 어떤 설명에 있어서 전문용어를 잘 사용할 줄 모른다.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 각 분야의 pre-defined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것은 알지만, 뭔가 덧씌워진 의사소통은 가장 중심에 설 수 있는 원초적인 감각을 잃어버릴수도 있다고 생각한것 같다.
수학문제의 답을 내는것이 나에겐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보다 원론적인 증명을 즐겼으며, 그것이 본래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믿었다. 사실 그래서 현실적인 문제를 푸는데 감각이 떨어진다.
나는 그래서 매끄럽지 못하다. 대중적이지 못하며, 현실적이지 못하다. 내게 있어 현실적인 면들은 그저 둥글기 위해 엉성하게 덧씌워 놓은 맞지 않는 옷일 뿐인거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부분에 있어서 그것에 많이 맞추어지고 익숙해 것은 사실이다. 이것이 때때로 불편한 것이, 여전히 전문용어를 사용안하고, 남의 논문 리뷰도 없이 좁은 생각으로 내것을 뭔가 하려는거 보면 그냥 성격은 어디 안간다는 생각도 해본다. 아이고 이 피곤한 녀석아.
어릴적 수학문제를 풀때의 나의 성향은 그것에 멋스럽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것- 나는 그것을 "진짜"라고 부른다. -을 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에서 본글에서, "이상은 착실한 현실을 누리는 사람이 가지는 보너스다."라는 말처럼 산재한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한 문제들을 제쳐놓고, 원론을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인것 같다. 원론적 가치의 재발견이라고나 할까 ㅎㅎ 성격은 어디 안가겟지만, 해볼 것이 생겼다. ;)
언젠가 누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영화속에서나 사는 사람 같다고.
그 말을 해준 녀석에게 감사한다.







너도 방문 잠그고 손잡이에 전선 연결해 놨구만 멀. ㅋㅋ
그리고 나도 너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만의 세상에서 뭔가 뚝딱 거리고 새로운걸 창조해내는 기쁨. 그러나 자신만의 세상이란것도 깊고 넓다면 거기서 찾게되는 원론적인 가치가 더욱 빛날것 같다. 그리고 그걸 누군가와 공유한다면 더욱 기쁘겠지.
물리공식을 외우는 사람이 있다면 시험준비하는 학생이거나 단순 엔지니어겠지. 안 외운거는 잘한거다. ^^
원론적 가치를 폄하하는 건 아닐세. 단지 재발견 한거지.